성장단편소설
📘 아파트 베란라 병아리와 아들
글. 김종술
목차 구성
1. 입학식 날 학교 정문앞 병아리
2. 아파트 베란다의 봄
1)아파트의 좁은 공간에서 시작된 병아리 돌보기
2)어항 속 비극, 한 마리의 죽음
3)남은 한 마리와 옆집에서 얻은 병아리를 키우는 아이의 정성
3. 병아리의 작별과 약속
1)베란다에서 더 이상 키울 수 없게 된 사연
2)시골 할아버지에게 닭을 맏기는 날
3)아들의 마음속 ‘다시 만나자’는 약속
4. 잘 자란 당당한 수탉의 여름
1)병아리는 수탉이 되어 마당을 누비는 모습
2)전화로 전해 듣는 수탉의 일상
3)할아버지가 보낸 사진 속 수탉
5. 다시 찾은 시골 할아버지 집
6. 저녁 밥상위 닭백숙의 맛과 정체
1)눈물의 백숙맛
7. 자라나는 어린 마음
8. 베란다의 기억, 다시 봄이오면
9. 작가의 말
1장. 입학식 날 학교 정문앞 병아리
봄 햇살이 부드럽게 아파트 베란다 유리창을 타고 흘러 들어왔다. 초등학교 입학식 날 아들은 새옷을 차려입고 가방메 엄손을 잡고 걸어가는데 가방이 아들보다 더 크게 보였다. 아들은 신이 난 듯 깡충거리며 자꾸만 걸음이 빨라졌다.
엄마는 천천히 가, 넘어진다.
아들은 대꾸도 없이 교문 앞으로 달려 갔다. 초등학교 입학식 날이었다. 학교 앞에는 풍선이며 꽃이며, 그리고 그 옆에 작고 노란 병아리들을 한쪽 길옆에서 팔고 있었다.
낡은 박스 안에 든 병아리들이 삐약삐약 울며 서로에게 몸을 부비고 있었다. 허름한 모자를 눌러쓴 아저씨가 박스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아저씨는 아이들 보고 병아리 사가라고 외쳤고 아들은 병아리에 대한 호기심에 가득찬 눈으로 병아리를 봐라보고 발걸음을 멈췄다. 아들의 눈이 박스 안에 고정되었다.
“엄마, 저거… 병아리 사 달라며 졸라 됐다.”
엄마는 입학식 끝나고 사준다며 달랬고 아들은 어서 빨리 입학식이 끝나길 기다렸다.
입학식은 들떠 있었고, 사람들 틈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교실을 찾느라 분주했다. 하지만 아들의 마음은 온통 종이상자 안 병아리에 가 있었다. 선생님의 말도, 교실 풍경도 병아리 두 마리만큼 마음에 남지 않았다.
따사로운 봄햇살이 눈부신 듯 운동장에는 많은 아이들이 제멋대로 서 있고 교장의 훈식과 담임선생님이 인사와 교실를 둘러보고 난후 아이들은 각자 엄마의 손을 붙잡고 집으로 향했다.
교문밖엔 아직도 병아리 아저씨가 아이들을 손짓하며 병아리 사라고 외쳤다.
엄마와 아들은 잠시 신기한듯 눈으로 병아리를 보았다. 병아리는 노랗게 참 예뻣다, 아들의 눈빛은 간절했다. 입학식이라는 날이 주는 선물처럼 들뜸과 첫 시작의 상징처럼, 그 병아리는 꼭 무언가를 의미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주 작고, 솜털이 보송보송하고, 눈은 까만 구슬 같았다.
그 작은 생명체가 내 손바닥만 한 상자 안에서 뛰놀고 있었다.
“엄마, 저거 병아리야! 나 저거 사고 싶어.”
엄마는 처음엔 난감한 표정이었다.
“집에서 못 키우잖아. 우리 아파트는…”
하지만 아들은 병아리 쪽으로 다가가 아저씨에게 물었다.
“얼마예요?”
“한 마리에 1000원. 두 마리 사면 싸게 드릴게요.”
아저씨는 햇빛에 탄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아들은 간절한 눈으로 엄마를 바라 보았다.
엄마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사주기로 했다.
엄마는 “두 마리만, 알았지?”
아들은 웃으며 좋아 했다.
세상에서 가장 해맑은 웃음 이었다.
그렇게 아들은 병아리 두 마리를 1500원 주고 손에 넣었다.
작은 종이상자 안에서 삐약삐약 울며 서로 껴안듯 웅크린 두 마리.
아들은 한참을 바라 보았다.
처음으로 산 병아리를 잘키워 보겠다는 아들의 마음이었다.
손바닥 위에 놓인 노란 털뭉치 두 마리는 따뜻했고, 삐약삐약 울음소리가 손끝을 간질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병아리는 고개를 삐죽 내 밀었다. 병아리는 활발하게 움직였다.
차는 아파트로 향했고 얼마후 집에 도착했다.
2장. 아파트 베란다의 봄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나는 병아리 상자를 가슴에 꼭 끌어안고 있었다. 차 안에서도, 삐약삐약, 상자 안은 따뜻하고 시끄러웠다. 아들은 마치 아기 동생을 품에 안은 듯한 기분이었다.
“아들 어디 둘 거야?”
현관문을 열며 엄마가 물었다.
“베란다. 햇빛도 들어오고, 따뜻하니까.”
우리 집 베란다는 작은 화분 몇개와 어항이 있고 세탁기가 있는 공간이었다.
베란다는 남향이었다.
햇볕이 잘 들어오고, 바람이 세지 않아 병아리를 놓아두기에 딱 좋은 자리였다. 아들은 평소 엄마가 어항과 화분을 놓아두던 옆 공간에 종이박스에 신문지와 헌 수건을 접어 깔고 병아리 두마리의 작은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아들에겐 병아리들이 살아갈 수 있는 첫 번째 ‘집’이었다.
병아리들은 쪼르르 달려와 쌀을 쪼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귀엽고 신기해서 나는 한참을 바라봤다.
“우리 이름 지을래?” 어머니가 물었다.
아들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하나는 ‘노랑이’, 얘는… ‘파랑이’.”
“파랑이는 왜?” 엄마가 물었다.
병아리 부리가 약간 파랗게 보였다. 그래서 파랑이로 지었다.
엄마는 웃었다.
“얘는 노랑이. 얘는 파랑이야.”
아들은 병아리들을 하나씩 손에 올리며 만져 보았다.
둘은 자매 같기도 하고, 형제 같기도 했다.
가끔은 등을 기대 잠을 자고, 가끔은 서로 다투기도 했다.
나는 매일 아침 학교 가기 전, 그리고 오후 숙제를 마친 뒤
그 병아리들의 똥을 치우고, 먹이를 주고, 물을 갈아 주었다.
베란다는 점점 병아리들의 공간이 되어갔다.
병아리 먹이로는 쌀을 잘게 갈아서 주었는데 잘 쪼아 먹었고 물도 작은 그릇에 담아두었다, 금세 사람 손길에 익숙해졌다. 아들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가장 먼저 베란다 문을 열었다. 두 손을 모아 병아리를 들어 올리고, 그 작고 따뜻한 생명이 품속에서 꿈틀대는 것을 느꼈다.
“노랑아, 밥 먹자.”
“파랑아, 물 마셔.”
아들은 갈아놓은 쌀을 병아리에게 먹어라고 주었다. 노랑이와 파랑이는 잘 뛰어놀고 베란다 문을 열어 놓으면 거실까지 들어와 뛰어 다니다 미끄러지 서로 뒤엉켜 다니다가도 이내 스르르 잠에 들었다
병아리가 들어온 후 모든게 신기하고 기대와 이야기 거리가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봄날의 도시 아파트, 우리집 베란다에서 병아리와 함께 이야기는 시작 되었다.
1) 아파트의 베란다 공간에서 병아리 돌보기
그리고 그날 이후로, 아들은 매일 아침 눈뜨자마자 가장 먼저 병아리에게 인사를 하기 시작했고 저녁에도 잘 자라며 인사를 하고 아들도 잠을 자러갔다.
아파트 베란다 작은 화분 옆, 병아리는 더 활동적이고 베란도 문을 열어 놓으면 거실로 들어오기가 일수다 들어와서는 여기저기 돌아 다니면서 가끔 똥고 싸놓고 모르고 지나다가 밟기도 했다. 또한 생활 방경도 크게 움직였다.
아들이 손을 뻗으면 꼬르르, 손가락을 쪼기도 하고, 내 무릎 위에 살짝 뛰어 올라와 잠들기도 했다.
그 모습은 아들에게 잔잔한 위로가 되었다.
지금의 종이박스집은 작아 보였고 상자 밖으로 뛰어 넘오오는 것는 가뿐했다. 큰박스로 바꿔주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들은 병아리 집 옆에 작은 이름표를 붙여주었다.
아들은 학교반 친구들에게 병아리 키운다고 자랑을 하곤 했다. 그랬더니 친구들은 한번 가보자고 아들을 졸랐고 하루는 친구들을 집에 데려왔다.
친구들이 말했다.
“우와, 너네 집에 진짜 닭 키우는 거야?”
아들은 뿌듯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닭은 아니야. 병아리야. 하지만 곧 진짜 닭이 될 거야.”
그 말이 왠지 대견하게 들렸다.
마치 아들이 병아리와 함께 조금씩 자라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평화롭기만 한 시간은 오래 가지 않았다.
2) 어항 속 비극, 한 마리의 죽음
그날도 아침은 평범했다.
햇살이 베란다 창문을 통해 들이치고, 세탁기 위에는 어제의 빨래가 덜 마른 채 걸려 있었다.
나는 학교에 가기 전, 병아리들에게 인사를 하고 학교로 향했다.
아들은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이상한 정적에 가슴이 쿵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곧, 그 조용함이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날은 삐약삐약 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노랑아 파랑아 불러 보았지만 조용하고 한 마리만 삐악거리는 소리가 가늘게 들렸다.
가방을 던져 놓고 젭싸게 베란다 문을 열어보았다.
상자를 열어보았을 때, 그 안에는 단 한 마리만이 웅크리고 있었다.
눈을 깜빡이는 것을 보고 그 아이가 ‘노랑이’라는 걸 알아챘다.
‘파랑이’는 어디에 있는 걸까?
나는 베란다 구석구석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리고 세탁기 옆 작은 어항 속에서 파랑이를 발견했다.
파랑이는 박스를 뛰어 넘어 나와 베란다를 돌아다니다가 어항으로 뛰어 올라갔다가. 어항 물이 깊어 나오지 못하고 그만 빠져 죽었던 것이다.
“엄마!!”
엄마가 부리나케 달려와 건져냈지만, 파랑이는 이미 움직이지 않았다. 노란 깃털이 물에 젖어
파랑이는 물 위에 둥둥 떠 있었다.
작은 날개는 젖어 축 늘어졌고, 눈은 이미 감겨 있었다.
마치 잠든 것처럼, 아주 조용히. 나는 그대로 멈춰 섰다.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가슴이 꽉 막혔다.
아들은 입술이 파르르 떨렸고,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작고 말랑하던 생명이 고요해지자, 아들의 마음속에 처음으로 '죽음'이라는 단어가 내려앉았다.
“파랑이…?”
조심스레 손을 넣어 파랑이를 건져 올렸지만, 이미 온기가 사라진 뒤였다.
아들은 파랑이를 손으로 감싸안고 한참을 울었다.
엄마가 놀라 달려와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목이 막혀서, 눈물이 계속 나서, 말 대신 나는 파랑이를 품에 안고 어깨를 흐너껴 울었다.
“어항에 빠졌 죽었나 봐…”
엄마가 조용히 말했다.
“병아리는 물에 젖으면… 몸이 물속에 가라앉아 숨을 못 쉬거든.”
아들은 고개를 떨궜다.
아들은 덮어두지 않았던 어항뚜껑 후회했으나 이미 늦었다..
그곳이 파랑이에게는 무덤이 되어버렸다.
엄마는 작은 종이상자를 가져와서 파랑이를 담았다.
아들은 파랑이를 부드럽게 눕히고, 파랑이가 좋아하던 쌀 몇 알을 함께 담았다.
그리고 아파트 뒷산으로 향했다. 산 한구석에 작은 구덩이를 파고 조심스레 묻었다.
“파랑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아들은 한참 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세상이 이렇게 조용할 수도 있다는 걸,
그리고 생명이 이렇게 쉽게 떠날 수도 있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
그날 이후, 아들은 노랑이를 더욱 조심스럽게 사랑으로 돌보게 되었다.
삶은 약했고, 죽음은 가까웠다.
아들은 파랑이와의 이별을 못내 아쉬워 하며 눈물을 글썽이고 파랑이가 불쌍하다고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는 달래주면서 한 마리는 외로우니까 한 마리 더 사서 친구삼아 심심하지 않게 하자며 아들을 토닥여 주며 달랬다. 아들은 꼭 한 마리 더 사달라며 약속을 하자고 했다.
그날 밤, 아들은 식탁 앞에서 밥을 잘 먹지 않았다.
노랑이 혼자 남은 빈 박스가 마음 한구석을 파고들었다.
“노랑이는 이제 어떻게 해?”
“엄마가 조금 더 큰 박스 구해줄게. 혼자라도 잘 지낼 수 있어.”
그날 이후 아들은 노랑이를 더 정성스레 돌보았다.
박스 위에 색종이로 지붕을 만들어 주고, 병아리집 이름도 붙였다. 이름은 ‘파랑이 하우스’. 아들은 노랑이에게 종종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너도 보고 싶지? 파랑이?”
노랑이는 삐약삐약 알아들었다는 듯 소리를 내며 눈을 깜빡였다.
봄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3) 남은 한 마리와 옆집에서 얻은 병아리를 키우는 아이의 정성
병아리 노랑이와 파랑이는 어느새 작고 노란 생명체가 아닌, 나의 가족이 되었다.
아들은 매일 아침마다 베란다 창문을 열고, 두 마리에게 먹이를 주었다.
햇살은 여전히 따뜻했고, 노랑이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었다.
햇빛 아래 반짝이는 노랑이와 파랑이의 깃털은 그 어떤 보석보다 빛났다.
일요일 아침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옆집 아주머니 친구 엄마였다.
“얘야, 우리 집에도 두 마리 키웠는데 한 마리가 죽고 병아리가 한 마리 남았는데 네가 잘 키울 수 있겠니?” 주까냐고? 물었다.
나는 좋아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꼭 잘 키울게요!”
그리하여 새로운 병아리가 우리 집으로 오게됬고 노랑이의 친구가되어 내 품에 안겼다.
처음 보는 병아리 였지만, 아들의 마음속엔 이미 ‘파랑이’라는 이름이 자리 잡았다.
아들은 노랑이와 파랑이, 두 병아리의 집을 다시 만들었다.
종이박스에 신문지를 새로 바닥에 깔았고 마른 풀을 넣고, 좁쌀과 물도 잊지 않고 넣어주었다. 매일 아침 알람 소리가 울리기 전에 눈을 뜨는 건, 이제 아들의 의무가 되었다.
노랑이와 파랑이가 싸우거나 서로 기대는 모습에 나는 소리 내어 웃었다.
“그래, 둘 다 튼튼하게 자라야 해!” 엄마도 나를 보며 웃었다.
“아들이 많이 컸구나. 생명 돌보는 일, 쉽지 않은데.”
아들은 부끄럽게 고개를 숙이며 속으로 다짐했다.
“노랑이, 파랑이, 삐약이 꼭 잘 키울게.”
병아리들은 나의 작은 세상에서 희망과 책임의 상징이 되었다.
비록 아파트 베란다라는 좁은 공간이었지만, 아들의 마음만은 끝없이 넓어지고 있었다.
햇살은 여전히 따뜻했고, 노랑이와 파랑이가 양지쪽에서 꼬박꼬박 졸고 움직이지도 않았다.
모이도 잘먹지 않고 졸다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고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농촌 어른들 이야기로는 닭이 졸때는 병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들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먹던 한방 감기약을 아주 조슴 좁쌀과 물과 함께 먹었더니 졸지도 않고 활발히 움직이고 기운이 넘쳤다. 감기약이 효가가 있었던 것이다.
노랑이와 파랑이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었다.
털이 조금씩 길어지고, 날개가 툭툭 벌어지더니 어느 날은 "꼬꼬" 소리를 흉내 내기 시작했다.
그때 아들은 처음으로 알았다.
노랑이는 ‘암탉’이 아니었다.
“얘, 수탉이야!”
아들의 목소리에는 자랑과 놀라움이 뒤섞여 있었다.
아파트의 작은 베란다는 수탉에게는 점점 좁은 공간이 되어갔고, 노랑이는 매일 아침마다 어설프게 우는 연습을 했다.
어느 날 새벽, 노랑이가 "꼬끼오—" 하고 울었다.
날이 갈수록 두녀녁은 제법 날개짓과 중간정도의 닭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베란다가 좁아 자꾸만 거실로 들어오려고 하고 문을 열어 놓으면 순식간에 거실 여기저기 돌아 다니며 똥을 싸대고 어지럽히고 재를 저질러 집안은 온통 닭똥 냄새와 오물 등 난장판을 만들기 일수다.
아들과 엄마는 집에 오는대로 오물 치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점점 아파트에서 키우기가 힘들어졌다. 잡을려고 해도 얼마나 날쎈지 달아나고 도대체 잡히질 않았다. 먹는 양도 장난이 아니었다. 조금은 감당이 어려운 처지가 되었다.
그날 밤, 엄마와 아들은 조용히 상의했고, 결국 더 이상 아파트에서 키우기가 어렵다 보니 시골 농촌 할아버지댁에 보내기로했다.
“노랑이와 파랑이, 시골 할아버지 댁으로 보내자. 거긴 마당도 넓고, 친구도 많고…”
아들은 처음엔 싫다고 울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꼭 나중에 다시 만나게 해줘.”
그 말은, 하나의 약속이었다.
그렇게 아들과 병아리, 아니 이제는 수탉이 되어가는 노랑이의 첫 번째 이별이 다가오고 있었다. 노랑이와 파랑이는 알고 있을까?
3장. 병아리의 작별과 약속
1) 베란다에서 병아리를 더는 키울 수 없게 된 사연
노랑이와 파랑이는 더 이상 병아리가 아니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의 하루하루가 점점 무거워졌다.
도시의 아파트 베란다는 병아리가 살기에는 너무 좁고, 복잡한 공간이었다.
엄마는 더 이상 아파트에서 병아리를 키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할아버지 댁 시골로 보내기로 했다.
그곳은 시골 농촌이라 마당이 넓고 조용하며, 병아리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곳이었다.
아들은 엄마의 결정을 지지해 주었다.
“그래,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인 것 같아.”
마음 한켠이 무거웠지만, 아들은 알고 있었다.
진짜 사랑은, 때론 놓아주는 법이라는 것을.
“노랑아 파랑아. 조금만 기다려. 곧 좋은 곳에 데려가 줄게.”
아들은 베란다 마지막 날, 두 병아리를 조심스레 안으며 약속했다.
“건강하게, 행복하게 잘 커야되.”
병아리들은 어느새 턱 아래 하얀 깃털이 풍성해졌고, 날카로운 발톱과 짧은 볏이 자라나고 있었다. 베란다를 걸을 때마다 바닥에 ‘딱딱’ 소리가 났고, 울음소리는 점점 수탉의 형태를 닮아갔다.
닭의 쉰목소리로 어슬프게 “꼬꼬... 꼬... 끼오...”
처음엔 웃겼다.
아들은 노랑이의 어설픈 울음을 따라하며 깔깔 웃곤 했다.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아 그 울음
소리는 아파트에서 더 이상 들을 수가 없었다.
그날 밤, 아들은 스스로 노랑이와 파랑이가 살든집 박스를 정리했다.
밥그릇을 닦고, 수건을 새것으로 바꾸고, 리본도 다시 묶었다.
그리고 상자 옆에 조그맣게 글자를 썼다.
노랑이 파랑이 사랑해!
2) 시골 할아버지에게 닭을 맏기는 날
다음 날 아침 토요일, 노랑이와 파랑이를 시골 산청, 할아버니댁에 보내기 위해 자동차 뒷좌석에 태웠다.
아들은 종이상자 속 노랑이와 파랑이에게 귓속말을 했다.
“할아버지 집에서 친구들이랑 잘 지내. 나중에 꼭 보러 갈게.
그러니까, 나 잊으면 안 돼.”
노랑이와 파랑이는 조용했다.
차창 밖으로 도시의 빌딩들이 스쳐 지나가고, 점점 초록빛 논과 밭, 들판이 펼쳐졌다.
도시의 빌딩과 아파트숲 대신, 농촌들녘과 푸른숲과 소나무과 도로변 꽃들이 보였다.
한참을 달려 어느 듯 시골 농촌, 할아버지 집에 도착했다.
할아버지는 손자가 오길 대문 앞에서 기다리며 손자를 반겼다.
완수야, 왔나아.... 할아버지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아들은 할아버지 품에 덥석 안기며 할아버지 수염을 만지며 까칠까칠 해 하며 할아버지를 좋아했다. 할아버지는 그게 좋은 듯 손자의 볼에 흰 수염을 부비며 손자를 보고 흐뭇해 했다.
낡은 농기구와 돌담이 낯익으면서도 새로운 기분이었다.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노랑이와 파랑이를 인사 시키고 박스를 풀어 마당에 놓아주었다.
“할아버지, 우리 병아리 잘 부탁드려요.”
나는 조심스레 종이상자 안에 있는 ‘노랑이와 파랑이’를 내밀었다.
할아버지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말아라, 잘 키울게.”
아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노랑이와 파랑이가 여기서 마음껏 뛰놀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할아버지는 허리를 펴며 말했다.
“논밭에서 뛰놀면 신나서 삐약삐약 노래하고 더 잘 놀낀데.”
아들은 병아리를 안은 손을 꼭 쥐었다.
“노랑아 파랑아, 건강하게 자라라. 할아버지가 잘 돌봐 줄 거야.”
그날 오후, 아들은 할아버지 댁 마당을 한 바퀴 돌며 마음속으로 약속했다.
“꼬가 여기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아들이 떠난 뒤, 노랑이와 파랑이는 할아버지 품 안에서 새로운 하루를 시작했다.
아들은 비록 작고 노란 생명을 놓았지만,
그 사랑은 더 큰 곳에서 이어질 거라 믿었다.
좁은 아파트에 살다가 마당 넓은 곳에 오니 날개짓을 힘껏 하고 이리저리 뛰어 다니면선 살판난 듯 날아다니는 잠자리와 벌레들을 잡아 먹겠다고 점퍼를 하곤했다.
노랑이와 파랑이는 돼지우리와 소마굿간을 왔다 갔다 하면서 뒤뜰과 장독대 등을 두루 살폈다. 아들은 신이 난 듯 그 뒤를 졸졸 따라 다니며 혹시 고양이나 개들이 잡아 먹을 까봐 노심초사 하는 모습니다.
이렇게 노랑이와 파랑이는 시골 농촌생활이 시작 되었다.
아들의 기억 속에선 풀벌레 소리와 장독대, 그리고 먼지 쌓인 니어카가 떠올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새로운 풍경이 하나 더 있었다.
마당에서 닭장을 만들고 계시던 할아버지의,
“이놈이냐, 네가 키우던 병아리가?”
아들은 네 할아버지 “병아리가 수탉이 됐어요.”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상자를 열었다.
노랑이와 파랑이는 잠시 주춤하더니, 이내 낯선 흙 냄새를 맡고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었다.
처음 만나는 흙, 풀, 바람, 그리고 낮선 친구들.
아들은 땅에 쪼그리고 앉아 노랑이와 파랑이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조심스레 말했다.
“할아버지, 저 꼭… 여름방학 때 보러 올게요. 약속이에요.”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들의 눈빛은 단단했고, 손끝은 살짝 떨리고 있었다.
아들은 그날 내내 노랑이와 파랑이의 뒤를 따라 다니며 함께 놀고 있었다.
그날도 하루가 저물어가고 저녁밥을 먹고 아들은 할아버지에게 노랑이와 파랑이를 잘 키우라며 부탁을 하고 할아버지 품에서 스르르 잠이 들었다.
다음날 일요일 아침이었다.
아들은 노랑이와 파랑이가 궁금하여 눈을 뜨자마자 마당으로 나와 찾았다.
보이지 않았다. 걱정이된 아들은 마당 이곳저곳을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혹시 밤사이 고양이가 잡아먹었는지 걱정스런 마음으로 장독대와 뒤뜰을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집안에는 없다며 아들은 곧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이었다 엄마는 다들을 달래며 골목 밖으로 나가보자며 아들을 데리고 골목을 나가 살펴 보았는데 보이질 안았다 엄마도 은근히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길옆 논으로 가보았다.
엄마가 소리쳤다 여기있다.
노랑이와 파랑이는 논두렁과 풀밭에서 지렁이와 벌레를 잡아먹고 신난 듯 놀고 있었다.
아들도 그제서야 안심을 하며 노랑이와 파랑이를 집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아들은 배가 고파서 밖에서 벌레를 잡아 먹는 줄 알고 독에 있던 쌀과 콩을 한줌 쥐고 마당에 던져 주었다. 노랑이와 파랑이는 꼬꼬꼬 소리를 내며 잘도 먹고 놀았다. 그 광경을 아들고 엄마는 쳐다보며 신기해 했다.
그날 오후 엄마는 대구로 갈 준비를 서둘렀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쌀과 반찬 채소등을 듬뿍 주면서 집에가서 냉장고에 넣어 놓고 먹어라고 했다. 우리는 노랑이와 파랑이에게 무럭무럭커 달라며 작별 인사를 하고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도 인사를 하고 대구로 향했다.
돌아오는 차 안, 아들은 말이 없었다.
엄마 담에 얼마나 컷는지 “꼭 다시 보러 가자.” 엄마는 그러자고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작은 생명과의 이별은 아들의 마음속에서
책임과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자라나고 있었다.
3) 아들의 ‘담에 만나자’는 약속.
햇살이 부드럽게 내리쬐던 어느 여름날,
나는 다시 할아버지 댁을 찾았다.
입구에 들어서자 느껴지는 흙내음과 풀향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노랑이와 파랑이는 어디 있어요?”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물었다.
할아버지는 웃으며 손짓했다.
“저쪽 닭장에 있지. 무럭무럭 잘 자랐다.”
닭장 앞에 다가가자, 우렁찬 울음소리로 꼬끼오 하며 노랑이와 파랑이도 아들을 반기었다.
어린 시절 내 품에 안겼던 노란 병아리 ‘노랑이와 파랑이’가 우뚝 선 큰 수탉으로 나타났다.
아들 키 만큼이나 커서 다가가던 아들은 너무 커버린 노랑이와 파랑이에 약간 겁에 질린 듯 뒤 멈칫 물러나 봐라 보기만 하고 이름을 불어보았다. 노랑아 파랑아아...
엄마도 놀랐다 엄청 큰 닭 몇 달전 아파트에서 키운 그 닭과 는 너무나 달라져 있었다.
벼슬은 검붉게 빛나고 날개는 넓고 깃털은 붉은색과 황금빛으로 윤기가 흘렀다.
고개를 흔들 때 마다 깃털은 황금 구슬을 꿔멘 것처럼 물결을 이루고 꼬기오하고 울때는 동네가 떠나갈 정도로 우렁찼다.
이 모습을 본 아들은 엄마에게 노랑이와 파랑이가 맞는지 물었고 엄마도 의심을 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물어 보니 맞다고 했다. 너무나 변해 버렸다.
아들은 손을 내밀었지만, 다가오는 노랑이와 파랑이네게 겁을 먹고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노랑아, 파랑아, 안녕… 잘 지냈니?” 인사를 건넜다.
할아버지는 나지막이 웃으며 말했다.
“닭이니까 사람처럼 꼭 다가오진 않아도 괜찮다.”
아들은 잘 커 주어서 기쁘기도 하지만, 마음속으로 겁이나는 듯 뿌듯했다.
‘노랑이와 파랑이’가 이렇게 건강하게 자라 준 것이 기적 같고 고마웠다.
아들은 담에 또 만나러 올게 라며 약속을 했다.
할아버지는 함께 맞장구쳤다.
“그래, 담에 만나자꾸나.”
그날 저녁, 나는 대구로 돌아가는 길에
‘노랑이와 파랑이’와의 약속을 마음속에 새겼다.
언젠가 다시 올 그날을 기다리며. 대구집으로 향했다.
4장. 무럭무럭 자란 수탉의 여름
여름은 시골 마당에도 조용히 내려앉았다.
해가 짧아지고, 아침이슬이 닭장 주변 풀잎을 적셨다.
햇살은 여전히 따뜻했지만, 바람에는 선선한 기운이 감돌았다.
수탉 노랑이와 파랑이는 이제 당당한 마당의 주인이었다.
할아버지 댁 닭장 안에서 가장 먼저 일어나 우는 닭,
식구들보다 먼저 새벽을 여는 닭,
다른 암탉들이 뒤따라다니는 늠름한 존재 였다.
“꼬끼오—” 하고 울때는 온 동네가 쩌렁쩌렁 했다.
그 울음소리는 맑고 힘찼다.
할아버지는 닭장 옆에 작은 물통과 사료통을 두었고, 아침마다 마당을 쓸며 노랑이와 파랑이를 불렀다.
“노랑아, 파랑아— 이리 와.” 부르니 쪼르르 달려왔다.
노랑이와 파랑이는 날렵하게 뛰어오더니 할아버지의 바짓가랑이를 쪼았다.
그 모습에 할머니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놈이, 주인을 몰라보네.”
마당 한가운데 닭들이 모이면, 노랑이는 꼭 한가운데 서 있었다.
꼬리를 세우고, 가슴을 내밀며 마치 자신이 사람이라도 된 듯.
한편, 도시의 아들은 노랑이를 그리워했다.
학교를 다녀오면 베란다를 보면서 노랑이와 파랑이를 떠 올리곤 했다.
그리움은 말에 담기지 못하고, 마음 속에서만 자랐다.
엄마는 그걸 알았다.
아들의 눈빛에서, 말끝에서, 조용한 침묵에서.
“이번 주말엔 할아버지 댁에 다녀올까?”
“진짜?”
“응. 노랑이와 파랑이 보러 가자.”
아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한여름에 보낸 뒤 처음으로 다시 만날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들은 나 기억하고 있을까?”
그 사이 노랑이와 파랑이는 여전히 시골의 활기찬 계절을 살고 있었다.
벼가 고개 숙이고, 고추가 붉게 익어가는 마당에서
노랑이와 파랑이는 바람을 가르며 뛰어다녔다.
간혹 담장 너머로 지나가는 고양이 모습에도
이제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발톱을 세우며 달려가 쪼아 버리곤 했다.
노랑이와 파랑이는 몰랐다.
곧 자신을 다시 만나러 올 아이가 매일 자신을 떠올리며
창 너머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는 걸.
세상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를 향한 마음은
마당의 볕처럼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
노랑이와 파랑이는, 그렇게 점점 더 넘넘한 어른 수탉이 되어 있었다.
1) 수탉이 되어 마당을 누비는 모습
여름이 깊어가던 어느 날, 나는 다시 할아버지 댁을 찾았다.
커다란 닭장은 이미 꽉 찼고, 그 한가운데 꼬는 우뚝 서 있었다.
반짝이는 황금색 깃털과 붉은 볏, 힘찬 울음소리가 시골 마당을 가득 채웠다.
꼬는 마당을 자유롭게 걸어 다녔다.
햇살 아래 깃털이 빛나고,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 사이를 지나갔다.
때때로 아들은 노랑이와 파랑이가 나를 알아보는 듯 눈을 맞췄다.
“노랑아, 파랑아, 넌 정말 멋진 수탉이 됐구나.”
아들은 속삭이며 미소 지었다.
닭들은 노랑이와 파랑이를 중심으로 모여들었고, 마당은 생명으로 활기가 넘쳤다.
어른이 된 노랑이와 파랑이는 대장 같았고, 나는 그런 노랑이과 파랑이가 자랑스러웠다.
할아버지는 나를 보며 말했다.
“이 녀석 덕분에 마당이 더 살아났다. 네가 잘 키웠으니까.”
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 깊이 그 말을 새겼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작고 약했던 병아리가 이렇게 자유롭게 뛰노는 모습을 보니,
그간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골의 바람 속에서, 노랑이와 파랑이는 자신의 세상을 마음껏 누비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한층 성장한 나를 느꼈다.
2) 전화로 전해 듣는 수탉의 하루
학교에서 돌아온 어느 오후, 아들은 엄마 품에 안긴 채 할아버지께 전화를 걸었다.
“할아버지, 노랑이와 파랑이는 잘 지내요?”
할아버지 목소리는 따뜻하고 힘이 있었다.
“오냐, 노랑이와 파랑이는 매일 아침 새벽부터 우렁차게 울고 있단다.
마당 한가운데서 고개를 뻣뻣이 치켜 세우고 말이야.”
나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노랑이와 파랑이가 그렇게 건강하게 자라서 다행이에요.”
할아버지는 웃으며 덧붙였다.
“노랑이와 파랑이 덕분에 마당에 활기가 넘친다. 주변 닭들도 꼬를 따르고 말이야.”
“노랑이와 파랑이가 다른 닭들과 잘 지내요?”
아들은 궁금해서 물었다.
“잘 지낸다. 동네서 제일 센 수탉이다. 매일 풀밭에서 뛰어놀고, 벌레도 잡아 먹고 한단다.”
나는 한참 동안 노랑이와 파랑이의 모습을 상상했다.
푸른 풀밭, 따사로운 햇살, 그리고 우렁차게 울어대는 수탉의 소리.
“할아버지, 노랑이과 파랑이가 보고 싶어요.”
나는 조용히 말했다.
“나도 그렇다. 곧 한번 내려와라. 같이 노랑이와 파랑이도 보고, 밭에 옥수수도 따고 오이도 따고 수박도 따고 고구마도 캐고 너 줄여고 많이 심어놨다 먹으러 와라.”
전화를 끊고 나서도 나는 한동안 노랑이와 파랑이의 울음소리가 귀에 맴도는 듯했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 소리가 나를 더 든든하게 만들어 주었다.
3) 할아버지가 보낸 사진 속 수탉
어느 날, 핸드폰 알림음이 울렸다.
할아버지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노랑이와 파랑이가 잘 지내고 있단다. 사진 보냈다.”
사진을 열어보니, 푸른 풀밭 위에 우뚝 선 수탉 두 마리가 담겨 있었다.
커다란 붉은 볏이 햇살을 받아 반짝였고, 빛나는 황금색 깃털이 바람에 살짝 흔들렸다.
노랑이와 파랑이의 눈빛은 또렷했고, 당당한 자태가 그대로 전해져 왔다.
아들은 핸드폰 속 사진을 손에 꼭 쥐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노랑아 파랑아, 네가 이렇게 멋진 수탉이 될 줄 몰랐어.”
마음 한켠이 뿌듯하고 뭉클해졌다.
도시의 좁은 베란다에서 작고 연약했던 병아리가
이제는 시골 마당의 자랑이 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아들은 엄마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
“봐, 노랑이와 파랑이가 정말 잘 자랐어.”
엄마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잘 돌본 덕분이지.”
사진 속 노랑이와 파랑이는 마치 나를 바라보는 듯, 당당하고 씩씩했다.
그 순간 나는 확신했다.
노랑이와 파랑이가 시골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5장. 다시 찾은 시골 할아버지 집
너무나 커버린 노랑이와 파랑이는 더 이상 좁은 닭장 안에 들어가지 않고 소 마굿간에서 소와 함께 잠을 자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파랑이가 보이지 않아 할아버지는 소 마굿간을 살펴 보니 파랑이가 덩치 큰 소에 깔려 죽어 있었다. 이제 노랑이만 남아서 여전히 소와 함께 마굿간에서 자고 새벽 일찍 일어나 혼자 아침을 깨우곤 한다.
아들은 그 소식을 듣고 파랑이가 불쌍하다며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엄마는 달래 주었으나 쉽게 울음을 그치지 않고 밥도 먹지 않고 할아버지가 잘 키운다고 약속했는데 속상해 했다.
토요일 아침, 도시의 하늘은 흐렸지만 아들의 마음은 들떠 있었다.
학교 책가방 대신 작은 배낭에 노랑이와 파랑이를 위한 간식을 챙겼다.
아들이 먹던 새우깡. 땅콩. 비스캣등을 챙겨 노랑이와 파랑이 줄거라고 했다.
그리고 엄마가 준비한 닭 모이 한 봉지.
“노랑이와 파랑이는, 나 왔다고 하면 진짜 반가워할 거야.”
우리는 그렇게 준비하고 시골 농촌 할아버지댁을 향했다.
도시를 벗어난 차창밖으로 점점 논과 밭이 넓어졌고 하늘은 푸르고, 바람은 부드러워졌다.
기억 속 시골집 마당이 가까워질수록 아들의 눈빛은 반짝거렸다.
“할아버지—!” 대문을 열고 아들은 신난 듯 불렀다.
그러나 마당은 조용했다.
풀벌레 소리만 간간히 들릴 뿐, 닭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노랑이 파랑이 어디 있어요?”
아들은 마당을 두리번거리며 살펴 보았다.
닭장이 있던 자리엔 잡초가 무성했고, 닭장은 보이지 않았다.
익숙한 울음소리도, 깃털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손을 뒤로 깍지 낀 채 말없이 서 있었다.
한참을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족제비가 와서, 족제비가 와서 잡아먹었다.”
순간, 아들은 귀를 의심했다.
“네? 언제요? 왜요…?”
“며칠 전에… 담장을 넘어와 물고 갔다.”
“……진짜요?”
아들은 눈을 깜빡이며 영문을 몰라했다.
온몸에서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가을 바람이 서늘하게 뺨을 스쳤다.
“그렇다. 별 수 있다… 시골은 원래 고양이나 족제비들이 닭을 잡아먹고 한단다.”
그날 오후, 아들은 혼자 마당 끝자락에 앉아 있었다.
마당에 노닐고 논두렁과 뒤뜰과 장독대옆, 노랑이가 놀던 길을 바라보며
들고 온 먹이 한 줌을 손바닥 위에 올려두었다.
아들은 보이지 않는 노랑이와 파랑이가 너무나 보고 싶어 온 동네를 찾아 다녔다.
노랑이와 파랑이는 아무데도 보이지 않았다.
6장. 저녁 밥상 위 닭백숙의 맛과 정체
그날 저녁, 해는 서산으로 기울고, 저녁이 되어 밥상이 차려졌다.
부엌에선 닭 삶는 냄새가 퍼져 나왔다.
마늘과 생강, 대파가 들어간 국물은 깊은 향을 머금었고 주방엔 은근한 온기가 가득 찼다.
할머니는 커다란 뚝배기에 백숙을 담고 정성스레 파와 소금간을 곁들였다.
김치, 나물, 된장국, 그리고 한 그릇 가득 뜨끈한 닭백숙이 놓였다.
“많이 먹어라. 시장에서 우리 너 줄려고 사 왔다.”
할아버지가 말했다.
아들은 수저를 들다 말고 백숙을 바라보았다.
“백숙으로 몸 보신하자 실컷 먹어라고.” 할아버지가 말했다.
아들이 물었다 무슨 닭이에요 할아버지,
“시장서 사온 통닭이다. 살도 통통하고 커서 너 먹일려고 한 마리 사왔다.”
밥상을 중심으로 저녁밥을 먹기위해 우리는 둘러 앉았다.
하지만 뜨거운 국물에 김이 피어 오를수록 아들은 젓가락을 들지 못했다.
닭 다리 하나가 금세 해체되어 국물 속으로 푹 들어갔다.
닭 가슴살이 맑은 육수 위로 떠올랐다.
그 순간,
아들은 다시 물었다. 아주 조용히. “이 닭… 정말 시장에서 사온거 맞아요?”
할아버지는 찔린 듯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말을 돌렸다.
“그럼. 오늘 시골 오일장 시장에서 사온 닭.” 맞다고 둘러 댔다.
그 순간, 밥상 앞에서 가만이 듣고 있던 할머니가 입꼬리를 움찔하다 웃음을 터뜨렸다.
“네 할아버지가… 족제비다, 족제비.” 순간,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아들은, 그 한마디에 숨을 멈췄다.
“……무슨 말이에요?”
“할아버지가 족제비라고요?
그러면… 노랑이를… 잡아먹었다는 말이에요?”
“거짓말… 다 거짓말이었네요.”
“…할머니가 미안하다.”
그 말은 바람처럼 작았지만, 아들은 들었다.
그 말만은, 가슴에 닿았다.
할아버지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국물 속으로 시선을 박고 있었다.
엄마는 숟가락을 내려놓았고, 나는 말없이 물만 마셨다.
아들은 눈치를 알아 채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백숙 냄새가 진하게 올라왔지만, 먹고 싶지 않았다.
“진짜… 이거, 노랑이예요?”
엄마는 입을 떼려다,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미안해. 노랑이 너무 많이 컸거든. 할아버지가 너 오기 전에…”
말끝이 흐려졌다.
그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족제비는 거짓말이었다.
노랑이는— 지금— 밥상 위에 있었다.
“거짓말이었어요…
할아버지, 노랑이… 왜… 왜 그러셨어요…”
아들은 들고 있던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닭 다리는 국물 속에서 천천히 떠올랐고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아들은 다시 만나겠다고 했는데… 그렇게 약속했는데…
그 순간,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고개를 돌렸고, 할머니는 미소를 거두고 조용히 수건을 접었다.
엄마는 아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아들은 손을 뿌리치고 입을 꾹 다문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안 먹을래요.” 아들은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저녁 식탁은 조용히 식어갔다.
백숙의 김도, 웃음도, 말도 모두 땅에 가라앉은 기분이었다.
닭장이 비어 있던 이유, 침묵하던 할아버지,
그리고 밥상 위의 뜨거운 국물. 아들은 눈을 질끈 감고, 입술을 꾹 깨물었다.
잠시 후, 엄마 품에 안겨 얼굴을 파묻듯 고개를 떨구어 아...앙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할아버지… 나… 노랑이… 엄청 보고 싶었는데…”
그날 저녁, 밥상은 조용했다.
모두가 수탉 한 마리의 이름을 입 밖에 내지 못했다.
울음도, 반성도, 위로도 모두 닭백숙 고기 국물 속에 스며들었다.
그날 저녁 방안,
아들은 베개를 꼭 끌어안은 채 중얼거렸다.
“노랑이… 미안해.
나, 더 잘해줄 수 있었는데…”
그 말은 흐느낌과 함께 베개 속에 묻혔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시골 밤은 그렇게 깊어만 가고 문틈 사이로 가을바람이 한 줄기 스며들었다.
그 바람은,
마당 어딘가에 남아 있었을, 노랑이의 깃털 냄새처럼
짧고 따뜻하게 아들의 잠을 감싸주었다.
그날 밤, 식탁은 조용히 치워졌고
남은 닭백숙은 덮개를 씌운 채 냉장고 안으로 들어갔다.
누구도 그 음식을 끝내 먹지 않았다.
그리고 그다음 날 아침,
마당 뒤뜰에 작게 새 흙무덤이 하나 생겨났다.
그 위엔 작은 막대기 하나가 꽂혀 있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그것은 노랑이를 위한 자리였다.
그렇게 할머니의 말한마디에,
한 가족의 침묵과 눈물로 마무리되었다.
1) 눈물의 닭 백숙맛
젓가락을 들지 못한 채, 아들은 가만히 앉아 백숙을 바라보았다.
식탁 위에는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지만 그 온기가 마음까지 닿진 않았다.
눈 앞에 놓인 닭다리, 부드럽게 찢어진 살점, 살짝 익어 흐물해진 껍질.
모두 다 노랑이와는 아무 상관없는 듯 멀쩡하게 밥상 위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아들은 알고 있었다.
그 살점 아래 있는 무언가를, 울음처럼 꾹 삼킨 생명을. “먹어라, 식는다.”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낮았고, 엄마는 조심스레 수저를 그의 앞에 놓았다.
아들은 수저를 들었다.
천천히, 국물을 한 숟가락 떠올려 입에 넣었다.
그 맛은...
짭짤하고, 고소하고, 깊고...
그리고,
눈물 같았다.
속이 따뜻해지는 게 아니라 무언가가 멈칫하고,
목구멍이 아프고, 눈시울이 다시 붉어졌다.
그 국물은
노랑이가 아침마다 베란다에서 울던 소리, 시골 마당을 달리던 발자국 소리,
자신의 손바닥 안에 얌전히 앉아 깃털을 부르르 떨던 감촉…
그 모든 것의 끝맛이었다.
“못 먹겠어.”
아들은 수저를 내려놓았다.
입 안에 맴도는 국물 맛은,
이제 더는 ‘음식’이 아니었다.
그건 기억이고, 후회고, 울음이었다.
“할아버지,
왜...
그냥 날 한 번만 기다려주지 그랬어요.
노랑이… 날 기억했을 텐데…”
식탁 위로 조용히 눈물이 뚝, 뚝. 밥이 아니라, 마음이 젖어갔다.
할아버지는 말이 없었고, 엄마는 아들의 등 위에 조심스레 손을 얹었다.
“괜찮아… 너는 잘했어. 노랑이도 그걸 알 거야.”
그 말에도 위로는 되지 않았다.
아들은 밥상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의 작은 발자국이 식탁의 정적 위에 쿵쿵 울렸다.
그날밤 방안,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아들은 조용히 흐느꼈다.
‘울음이 백숙맛이었어.’
그 말은 누군가에게 전하지 못할 속마음이었다.
아무도 모를,
오직 자신만이 삼켜야 하는 맛.
그건 눈물과 닭국물이 뒤섞인
아주 오래도록 남는 첫 번째 이별의 맛이었다.
7장. 자라나는 어린 마음
그날 밤, 아들은 혼자 마당에 나갔다.
아직 시골집의 밤공기는 도시와는 다른 냄새가 났다.
흙 냄새, 닭장 냄새,
그리고 낯익은,
노랑이의 깃털 냄새 같은. 달빛이 희미하게 마당을 덮고 있었다.
노랑이 수탉이 울던 그 나뭇가지 아래, 작은 흙무덤이 보였다.
막대기 하나가 삐뚤게 꽂혀 있었고, 그 아래엔 이름도 표식도 없었다.
아들은 조심히 걸어가 그 앞에 앉았다.
“노랑아,
너 무서웠어?”
그는 입을 열었지만 노랑이의 대답은 없었다.
그 대신,
바람이 살짝 귀를 스쳐갔다.
“나는 다시 보러 온다고 했는데…
약속했는데…”
손가락으로 흙을 만지작거리며 아들은 조그맣게 속삭였다.
그건 누구에게 하는 말도, 자신을 위한 말도 아니었다.
그냥 말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마음이었다.
“할아버지가 미웠어. 근데… 할아버지도 미안해하는 거 같았어.
맞지?”
그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별이 조용히 깜빡이고 있었다.
“할머니 말이 맞아.
어른들은 그냥… 모르는 척 잘해. 그게 더 편하니까.”
그 말에 자기 스스로가 놀랐다.
그건 분명 어린아이가 할 말이 아니었지만,
그날 이후
그는 조금 달라진 것 같았다.
다 자란 건 아니었다.
아직도 노랑이를 생각하면 울컥했고, 백숙 냄새가 나면 목이 메었지만,
그래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세상은, 자기 마음대로만 되지 않는다는 것.
사람들은, 진심을 다 말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도 자꾸 살아가야 한다는 것.
“노랑아,
그래도 고마워.
내가 너랑 같이 살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
그 말은
조용히 밤공기 속으로 흩어졌다.
아들은 일어났다.
손바닥에 묻은 흙을 툭툭 털며 마당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그 발걸음은 어른의 것이 아니었지만, 어제와는 다른 마음이었다.
그 마음은, 슬픔을 담았고, 미움을 삼켰고, 용서를 품었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조금 더 자란 어린 마음이었다.
8장. 베란다의 기억, 다시 봄이 오면.
초등학교 입학식 날, 교문 앞에서 아저씨가 노란 병아리들을 팔고 있었다.
작고 보드라운 털에 '삐약삐약' 우는 소리까지 귀여워서, 아들은 망설이지 않고 병아리 두 마리를 사달라고 졸랐다.
그날부터 우리 아파트 베란다는 작은 농장이 되었다.
햇살 좋은 날이면 아들은 화분 사이에 신문지를 깔고 병아리들을 풀어놓았고, 물을 갈고, 먹이를 챙기며 정성을 다했다.
하지만 어느 날, 병아리 한 마리가 어항에 빠져 조용히 생을 마감했다.
아들은 한참을 울었고, 남은 한 마리는 더 애틋하게 품에 안았다.
시간이 지나 병아리는 자라고 또 자라, 이젠 병아리가 아니라 훌쩍 큰 수탉이 되었다.
더 이상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우기 어려워, 우리는 수탉을 시골 할아버지 댁에 맡기기로 했다.
“봄 되면 보러 가자.”
아들은 아쉬운 눈빛으로 말하며 수탉을 안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몇 달이 지나 봄기운이 느껴질 즈음, 우리는 정말로 약속을 지켰다.
할아버지 댁 마당엔 새싹이 돋고 있었지만, 그 커다란 수탉은 보이지 않았다.
“할아버지, 수탉 어디 갔어요?”
아들은 물었다.
“에구, 족제비가 와서 물어갔다. 참말로 아까운 닭이었지…”
할아버지는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저녁 밥상에 닭백숙이 올라왔을 때, 아들은 조심스레 물었다.
“이 닭, 어디서 났어요?”
“시장 가서 샀지.” 할아버지는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하지만 옆에 있던 할머니가 케케케 웃으며 말했다.
“네 할아버지가 족제비다, 족제비.”
우리는 웃었지만, 아들은 웃지 못했다.
엄마에게 조용히 물었다.
“엄마… 진짜로… 이게 노랑이야?”
나는 대답을 망설였고, 그 순간 아들의 눈엔 눈물이 맺혔다.
“할아버지 미워…”
그 말과 함께 아들은 숟가락을 내려놓고 소리내어 엉엉 울었다.
그날 이후 아들은 다시는 수탉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봄이 올 때마다, 베란다의 햇살 속 병아리의 기억은 다시 피어난다.
그 따뜻한 털, 작고 뜨거운 심장, 그리고 아들의 작은 손.
다시 봄이 오면, 어쩌면 아들은 그 병아리를 다시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그리움 속에서도 배웠을 것이다.
사랑은 때로 슬픈 이별을 품고 자란다는 걸.
9. 작가의 말
이 이야기는 아들과 작은 생명 노란병아리 사이에 맺어진 특별한 인연을 담았다.
도시의 작은 베란다에서 시작된 병아리와의 만남은,
시골의 넓은 마당으로 이어지며 성장과 이별, 그리고 다시 만남을 꿈꾸는 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모두 생명을 마주할 때, 기쁨과 책임, 그리고 슬픔을 함께 배우게 된다.
한 생명이 우리 곁을 떠난다는 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지만,
그로 인해 아이는 조금 더 어른스러워지고, 세상을 이해하는 눈을 갖게 된다.
‘족제비’라는 거짓말과, 그 뒤에 숨겨진 가족들의 복잡한 마음도,
작고 여린 존재를 지키려는 어른들의 또 다른 방식임을 알게 된다.
이 소설이, 누군가의 가슴속에 따뜻한 기억 한 줄기와
작은 생명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불러일으키길 바란다.
삶과 죽음, 성장과 이별, 그리고 사랑에 대해
조용히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글. 김종술- 2025.